만능 리모컨
프랭크 코라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클릭'은 2006년 미국, 2007년에 한국에서 개봉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보통 예전에 재밌게 봤던 영화는 식사 시간을 이용해 다시 몇 번씩 보는 걸 즐기고 있습니다. 영화 '클릭' 역시 가볍게 다시 보기 좋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애덤 샌들러와 케이트 베킨세일이 주연을 맡은 '클릭'은 워커홀릭 건축가인 마이클 뉴먼이 우연히 시간을 조종할 수 있는 마법의 리모컨을 손에 넣은 뒤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예상이 가능한 뻔한 스토리이지만, 그만큼 유쾌하고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느끼기에도 좋은 영화입니다. 건축가인 마이클 뉴먼(애덤 샌들러)은 예쁜 아내와 사랑스러운 두 아이 벤과 사만다를 둔 가장으로 일과 가정 돌보기까지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정신없는 직장인입니다. 집에서 TV를 틀려다 수많은 리모컨에 헷갈리면서 열이 받은 마이클은 여러 기기를 하나의 리모컨으로 조정하는 만능 유니버설 리모컨을 사러 생활용품 전문점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뭔가 수상한 남자 '모티'를 만나 말 그대로 '만능'이라는 리모컨을 받아옵니다. 이제 마이클은 말 그대로 그의 삶까지 모든 것을 원격조종할 수 있는 리모컨임을 알고, 마음껏 사용합니다. 마이클은 모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승진할 때까지 삶을 빨리 감기 해버립니다. 하지만 사장이 승진을 미루고 미룬 상태라 마이클은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승진이 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바쁜 사회생활과 가정에서의 밸런스를 맞추기 힘들어하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있어 인생에서의 힘든 시간과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출근시간은 빨리 감기로 스킵까지 할 수 있는 만능 리모컨이야말로 현대인들이 가장 바라는 워너비 아이템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이클 역시 만능 리모컨을 마음껏 활용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현대인들의 워너비 아이템이 정말 마이클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었을지를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삶의 우선순위
마이클은 리모컨의 빨리 감기 기능을 이용해 승진이 되어있는 상태지만, 빨리 감기를 한 기간 동안의 기억은 없습니다. 또한 마이클이 빨리감기를 한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마이클이 마치 기계와 같은 행동만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당연히 기계 같은 리액션과 행동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좋아지게 만들 수도 없죠. 그렇기 때문에 마이클은 성공가도를 달리긴 하지만, 가족 간의 유대와 사랑은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리모컨이 너무 첨단기술을 사용하다 보니, 점점 마이클이 쓰고 싶지 않은 순간에도 자동으로 발동되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시간을 좀 보내려 해도, 예전에 귀찮다고 빨리 감기 했던 것처럼 시간이 빨라 넘어가게 됩니다. 더군다나 출근 후 사장이 승진할 수도 있겠다고 한 말에 리모컨이 자동으로 작동해서 10년의 시간이 지난 채 깨어나게 되는 일도 벌어집니다. 마이클은 꿈에도 그리던 건축회사의 사장이 되었지만 심각한 고도비만이 되어 있었고, 마이클의 아내 도나(케이트 베킨세일)는 이미 그와 이혼해 아들의 수영코치였던 빌과 재혼한 상태였습니다. 마이클은 모티를 찾아가 원망하지만, 모티는 일과 가정의 우선순위에서 마이클이 늘 일을 우선순위로 여겼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병원에서 눈을 뜬 마이클은 아픔을 견디기 싫어 또다시 빨리 감기를 해버리고, 또다시 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립니다. 마이클은 성공을 위해 일에만 몰두하면서, 가족들과의 시간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소중한 가족을 지키지 못하게 됐습니다. 저 역시 영화 '클릭'을 보면서, 일과 가족 간의 관계에서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늘 일이 바빠, 부모님께 전화를 자주 하지 못하거나, 엄마가 전화를 할 때에도 바쁜데 왜 전화했냐며 짜증을 부리던 순간이 떠오르면서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영화 '클릭'은 가족들과의 시간을 늘 뒤로 넘겨버리는 많은 현대인에게 과연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가족의 소중함
한편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 늙어버린 마이클은 일에 빠져 가족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를 크게 후회하고 아들에게 자신의 말을 전하기 위해 병원을 뛰쳐나갑니다. 병원 앞에서 비를 맞으며 아픈 몸으로 아들 벤을 만난 마이클은 가족을 더 중요하게 여기라는 말을 전해주고, 딸 사만다에게는 어린 시절 약속처럼 200살까지 못 살아서 미안하다고 사과합니다. 그리고 아내 도나에게는 첫 데이트 날 도나가 냅킨에 적었던 말을 적어놓은 쪽지를 전달해준 뒤 저승사자 모티와 함께 떠납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눈을 뜬 마이클은 자신이 처음 리모컨을 샀던 마트인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인생을 다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마이클은 마트를 뛰어나와 자신의 아버지가 지겹게 보여주시던 마술비밀을 가르쳐달라고 하고, 언제든지 계속 자신의 집에 오라고 합니다. 그리고 마이클은 집에 오자마자 바로 가족들과 함께하는 캠핑계획을 짜기 시작합니다. 마이클은 식탁 위에 놓여있는 모티의 편지와 리모컨을 보고도, 더 이상 리모컨 따위에 인생을 의존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리모컨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립니다. 그리고 영화는 마이클이 미소 지으며 가족들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이렇듯 영화 '클릭'은 일에 치여 가족의 소중함을 뒤로하는 현대인들에게 현재 내 곁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많은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퇴근 시간 이후에도 일을 놓지 못하고, 주말에도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했던 순간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께 자주 전화드리지 못하고, 또 늘 다음에 만나자며 약속을 미루던 일이 생각나면서 마음이 울컥해지기도 했습니다. 영화 '클릭'은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문제를 중심으로 영리하고 친근한 유머를 사용하면서, 가슴 찡하면서도 유쾌하게 스토리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시간의 소중함과 그 시간을 함께 보내주는 소중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인만큼, 시간이 지나도 다시 한번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에 치여서 사는 현대인들이라면, 과연 내 인생의 우선순위가 무엇이 되어야 할지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면 영화 '클릭'을 꼭 한번 시청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