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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 운명적인 사랑과 타이밍의 정의

by serendipity84 2024. 3. 31.

보통의 러브스토리, 운명적인 사랑의 의미, 사랑의 타이밍
영화 '500일의 썸머'

보통의 러브스토리

'500일의 썸머'는 2009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꽤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로맨스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개봉 후에도 몇 번씩 다시 봤던 영화입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썸머'의 행동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두 번째 봤을 때는 썸머가 이해가 됐습니다. 볼 때마다 운명적인 사랑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끔 만드는 영화입니다. 영화 '500일의 썸머'의 주인공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남자 톰(조셉 고든레빗)과 현실주의적인 여자 썸머(조이 데이셔넬)입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영화와는 다르게 남자 주인공의 시선으로 영화가 전개됩니다. 영화 리뷰들을 살펴보면 현실적인 연애이야기와 남자 주인공인 톰의 시선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로맨틱 코미디 영화임에도 남성관객들의 공감이 높은 편입니다. 주인공인 톰은 건축가의 꿈을 숨기고 카드 문구 제작회사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 새로운 비서 썸머가 들어오고 톰은 썸머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합니다. 톰과 썸머는 우연한 기회에 대화하게 된 이후로 여주인공 썸머의 리드 아래 관계가 발전합니다. 하지만 썸머는 톰에게 진지한 관계가 되는 건 싫다고 분명한 선을 긋습니다. 이 부분에서 여자인 저도 조금 썸머의 감정이 이해가 가지는 않았습니다. 둘은 손도 잡고 키스도 하고, 데이트도 하지만 서로의 남자친구, 여자친구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 애매한 관계가 지속되던 어느 날, 썸머는 톰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고하고, 톰은 썸머를 잊지 못해 하루하루를 슬프고 허망하게 보냅니다. 이 영화는 톰이 썸머를 만난 첫날부터 썸머와 헤어지는 500일간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만 보자면, 썸머는 정말 나쁜 여자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화의 연출이 톰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만큼, 썸머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관객이 알 수 없기 때문에 관객입장에서는 썸머야말로 진짜 나쁜 여자라고 느끼게 만듭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대체 썸머는 왜 그런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대체 썸머의 진짜 마음은 어떤 것일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전체적인 스토리는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보통의 실패한 사랑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남자주인공 시점으로 영화를 전개해 가면서, 영화의 전개 구조 자체부터 파격적인 사랑이야기로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연대기적인 시간순서가 아니라 일련의 사건들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이 톰과 썸머의 관계와 감정에 대해 더 몰입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운명적인 사랑의 정의

영화가 톰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만큼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관객들은 톰의 입장에 우선적으로 몰입하게 됩니다. 저 역시 톰의 입장에서 영화를 시청하다 보니 같은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썸머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톰의 입장에서 썸머는 분명 좋은 여자가 아닙니다. 톰은 썸머의 장난을 함께 즐겨주고, 썸머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봐줍니다. 톰 역할의 조셉 고든레빗이 워낙에 선하고 착한 얼굴을 지녔기에, 썸머를 바라보면서 웃는 장면에서는 마치 제가 썸머가 된 것처럼 사랑에 빠질 정도입니다. 그리고 썸머가 톰한테 너무하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두 번째 봤을 때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썸머의 시각에서 톰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톰은 겉으로는 썸머의 연애 가치관을 따르고 있지만, 속으로는 끝없이 갈등하며 매번 모든 상황에 대해 주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톰은 자신의 사랑의 감정에 치우친 나머지 썸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썸머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서투른 모습을 보입니다. 여자 입장에서는 톰이 답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톰은 썸머에게 질문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톰은 썸머가 왜 진지한 관계가 되는 것을 싫어하는지, 왜 링고스타를 좋아하는지 등에 대해 전혀 묻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의 생각대로 썸머의 행동과 생각을 추측할 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톰은 썸머가 속박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 뜻대로 썸머의 행동을 통제하려 합니다. 또한 모두가 드레스코드를 갖춘 자리에서도 혼자 후줄근한 후드티를 입고 옵니다. 오히려 잘 차려입은 타인을 험담하기까지 합니다. 썸머의 입장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죠. 첫 번째로 봤을 때는 조셉 고든레빗의 사랑스러움에 현혹돼서 못 느꼈지만, 두 번째로 영화를 보니 톰 역시도 좋은 남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톰은 썸머의 취향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썸머를 깔보기도 합니다. 진짜 썸머를 사랑한다면 할 수 있는 행동일까 의심이 드는 장면입니다. 제가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은 바로 함께 간 바(Bar)에서 썸머에게 추근거리는 남자가 있어도 가만히 있는 톰의 모습입니다. 어떤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다른 남자가 추근거려도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톰은 썸머가 그 남자를 불편해하고 싫어해도 가만히 있다가 그 남자가 톰을 향해 "저런 녀석이 남자친구라니 믿을 수 없구먼" 소리를 듣고 나서야 주먹질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톰은 썸머에게 "왜 나한테 화를 내느냐, 난 너 때문에 싸웠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후에도 톰은 자신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습니다. 제가 썸머여도 톰의 이런 모습에 확신을 얻을 수는 없었을 듯합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면 톰은 아름다운 썸머와 운명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사랑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죠.

사랑의 타이밍

영화를 두번째 보고 나니,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연애와 사랑의 타이밍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톰이 소심하고, 운명적인 사랑을 믿으면서도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썸머는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진지한 사랑을 두려워하고, 관계에 있어 자기 방어적인 기제를 지닌 사람이었다고 보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털어놓고 대화를 하면서 맞춰가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점입니다. 톰이 썸머를 사랑하고, 가치관을 바꿔보려 노력했던 것만큼, 썸머 역시 톰에게 아쉬운 부분을 표현하고 서로 맞춰가는 모습을 보였다면 결말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실제로 톰은 썸머와 헤어진 후 스스로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1년 뒤에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썸머가 사랑을 믿지 않는 냉소적인 태도를 조금 버리고 톰에게 솔직하게 말을 해봤다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썸머는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사랑은 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진지한 관계를 무서워하고, 톰과의 관계에서도 사랑으로 어려움을 이겨내 보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썸머에게는 썸머 스스로 세워놓은 벽을 넘어 썸머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사람이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썸머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썸머의 의견과 생각을 자주 물어봐주는 그런 세심한 사람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썸머는 자신에게 질문도 없던 톰이 아니라, 자신이 읽고 있던 책의 제목을 물어본 남자와의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결혼을 한 썸머와 다시 만난 톰은 진심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어줍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톰과 썸머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안타까워했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로 시청해 보니, 썸머와 톰은 서로를 위해 행복을 빌어주는 사이로 남는 것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은 역시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톰은 새 일자리를 찾아온 면접장에서 만난 여자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톰은 이전 썸머와의 관계를 통해 운명적인 사랑과 타이밍은 모두 선택에 따른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된 톰은 호감을 느낀 여자에게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어텀'입니다. 썸머가 지나고 다가온 어텀이라는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500일의 썸머'를 보고 난 뒤 진정한 사랑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를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운명적인 사랑과 타이밍 역시 오롯이 내 선택에 의해 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사랑하는 것을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느끼게 해 줬습니다. 두 주인공이 행복하게 이어지는 해피엔드 영화가 아님에도 꽤나 여운이 남는 로맨스 영화이기도 합니다. 보통의 러브스토리지만 뻔하지 않은 로맨스 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영화 '500일의 썸머'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