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시 실제 생존법까지 알려주는 영화
주인공 용남은 대학 시절 산악 클라이밍 동아리의 에이스였고 지금도 힘과 운동신경은 여전하지만 취업 면접에서는 불합격 통보를 받기 일쑤인 대졸 백수입니다. 그 때문에 누나들에게는 온갖 구박을 받고 어린 조카에게까지 무시당하며 신세 한탄이나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의 칠순 잔치 날. 온 가족과 친지들이 연회장인 '구름정원'에 모였지만 용남에게는 여러모로 불편하기 짝이 없는 자리입니다. 그러던 와중 용남은 연회장의 직원들 사이에서 연회장의 부점장으로 일하고 있던 동아리 후배였던 의주와 재회하게 됩니다. 대학교 당시 용남은 의주에게 고백을 했지만 의주가 친구로 지내자며 거절을 했던 터라,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 사이는 어색했고 용남은 괜스레 벤처기업 과장이 됐다는 거짓말을 늘어놓게 됩니다. 그 시각 연회장 인근에서 한 남자가 대형 탱크로리를 '앤서 화학'의 사옥 앞으로 몰고 와서 다량의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묻지마 테러를 일으키고 도심 곳곳으로 가스가 퍼지기 시작합니다. 잔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건물을 나서는 용남과 가족들.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난데없이 가스통 하나가 유리창을 깨고 날아 들어오고 평화로웠던 연회장은 순식간에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놀란 용남의 가족들은 부랴부랴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고, 의주는 연회장 건물의 비상벨을 울리며 남아있던 사람들에게 어서 대피하라고 소리칩니다. 창 밖의 길거리를 유심히 본 뒤 가스가 바닥부터 차오른다는 것을 간파한 용남과 가족들은 옥상으로 대피하게 됩니다. 의주와 용남의 가족들은 옥상에서 구조헬기를 탑승하기 위해 의주의 리드에 따라 단체로 H(Help) 모양으로 자리를 잡고 휴대폰 라이트를 점등해 모스부호로 구조신호를 보냅니다. 실제 이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재난이나 조난 당시 어떻게 구조신호를 보내야 하는지 엑시트 영화를 보고 알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실제 활용가능하고 외우기 쉬운 구조신호를 알 수 있었다며 호평을 보냈습니다. 이 구조 신호로 인해 헬기 구조원들이 옥상에 사람들을 발견하고 구조용 헬기를 내려보내줍니다. 헬기를 타고 무사히 빠져나가는 줄 알았건만 구조용 버킷은 금세 가득 차게 되고, 용남과 의주는 옥상에 둘만 남게 됩니다.
짜릿한 도심 탈출 액션
구조헬기를 떠나보낸 후 용남과 의주는 다른 헬기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지만, 다수의 인명을 우선적으로 구조하는 것이 우선인지라 구조헬기들은 전부 용남과 의주를 지나치게 됩니다. 가스가 점점 차오르는 연회장 옥상에서 잡기 힘든 헬기를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용남과 의주는 다른 건물로 이동하기로 결정합니다. 의주와 용남은 방독면과 고무장갑, 종량제 봉투를 테이프로 엮어 만든 간이 방호복 세트를 입고, 팔에는 정화통의 사용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휴대폰 스톱워치를 부착한 채 건물 바깥으로 내려가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재난상황이 갑작스럽게 닥칠 경우, 일반인들은 보호복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 엑시트에서는 주인공들이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일상생활용품으로 간이 보호복을 만드는 장면을 실감 나게 연출하고 있습니다. 연회장 건물을 벗어난 용남과 의주는 헬스장 건물로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헬스장 건물에도 가스가 차오르기 시작해 옆 건물로 줄을 타고 넘어가야 할 상황입니다. 용남과 의주는 헬스장임을 활용해 각종 아령들에 줄을 매달아 반대편 옥상에 던져서 무게추로 고정시켜 로프를 만들어냅니다. 일단 의주가 먼저 건너가자 용남은 헬스장의 케틀벨을 던져 줄을 고정시키고 재빨리 줄을 타고 건너오며 재난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한편 무사히 구조되어 병원에 도착한 용남의 가족들은 두고 온 용남이 걱정되어 용남이 있는 장소로 되돌아가려고 하나 이미 봉쇄되어 접근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용남의 아버지는 강가에서 드론으로 사건 현장을 촬영하려는 청년들을 만나고 드론으로 용남과 의주를 찾아보려고 노력합니다. 용남과 의주는 인근 주유소에서의 2차 폭발로 가스가 폭압에 밀려 엄청난 높이로 파도처럼 밀려오자, 가장 높고 보다 안전한 곳인 멀리 있는 타워크레인까지 가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이 건물 저 건물의 옥상을 달리고 벽을 타면서 가스현장을 벗어나려고 합니다. 두 사람이 공사 중인 육교를 건너 반대편 건물로 건너가려는 때 용남의 아버지가 부탁한 드론이 건물 사이에서 나타나 드디어 용남과 의주를 발견하면서 그들의 영상은 방송국에도 전달됐고, 곧 전국으로 실시간 생중계됩니다. 방송은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면서 영상을 중계하는 방송국 제작자, 현장을 통제하던 구조대원들을 비롯한 전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를 보기 시작하며 두 사람의 탈출을 응원합니다. 그러나 용남과 의주는 크레인까지 도달할 수 있는 단 한 건물만 남은 상황에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두 사람을 촬영하던 드론까지 배터리가 다 닳아서 추락해 버리자 자포자기하며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바로 그때 방송을 본 사람들이 각자 날려 보냈던 여러 대의 드론들이 두 사람의 주위로 몰려들고 드론의 바람을 이용해 유독가스가 두 사람에게 오지 못하게 막아줍니다. 용남과 의주는 드론의 도움을 받아 반대편 건물로 이동하고 마침내 크레인에 올라 구조대원의 구조를 받게 됩니다.
유쾌함을 잃지않는 재난영화
이상근 감독의 한국 액션코미디 영화 '엑시트'는 재난 속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재난영화입니다. '엑시트'는 개봉 이후부터 웃음과 서스펜스,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주인공인 용남은 영화 전반에 걸쳐 재난 상황을 겪으며 의미 있는 캐릭터 성장을 거쳐나갑니다. 영화 초반 겉보기에는 방향성이 없어 보이는 청년에서 재난 상황에서 빠른 판단과 행동력을 보여주면서 지략 있고 용감한 영웅으로 변모합니다. 의주 역시 연달아 난관에 부딪히면서 그녀의 따뜻한 마음씨와 빠른 결단력을 드러내며 매력을 뽐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용감한 두 주인공 간의 케미스트리는 스토리라인에 깊이를 더하며 관객 역시 그 재난 상황에 함께 있는 것처럼 영화 속으로 몰입되게 만들어줍니다. 또한 재난이라는 상황 앞에서 탈출구를 찾아간다는 '엑시트(Exit)'는 인류애와 우정과 사랑, 그리고 역경에 맞서 적응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고루 담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사실 너무 코믹스러운 영화 홍보 포스터때문에 '엑시트'는 개봉 당시 B급 영화인 거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개봉 직후 오히려 실제 관람한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며 입소문 효과를 탄 영화이기도 합니다. 재난 상황에서도 유쾌함을 잃지않으면서도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주인공들을 응원하게 되는 영화로 소문이 나게 됐습니다. 영화 속 유독가스는 삶의 어려운 도전에 대한 은유적 역할을 하며, 등장인물의 여정은 불굴의 도전 정신의 상징이라도 볼 수 있기에 더 큰 감동을 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영화 '엑시트'는 재난이라는 소재와 코미디라는 장르를 성공적으로 조합해 관객들에게 스릴과 감동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설득력 있는 줄거리, 설득력 강한 캐릭터, 인상적인 영상미를 갖춘 '엑시트'는 개봉 이후 많은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혁신적이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이상근 감독의 능력을 입증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보통 재밌었던 영화는 OTT에서 몇번씩 다시 시청하곤 하는데, '엑시트'도 그 중 하나입니다. 가스폭발이라는 재난 속에서도 유쾌함과 휴머니즘을 잃지 않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보고 싶다면 영화 '엑시트'를 추천드립니다. 넷플릭스에서도 시청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