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좀비영화 시초
2016년 개봉한 영화 '부산행(Train to Busan)'은 한국형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의 시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국형 좀비영화가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그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좀비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편입니다. '부산행'역시 개봉직후 영화관에서 관람했고, 최근 넷플릭스 등 OTT에서도 다시 한번 시청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부산행'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주로 만들어왔던 연상호 감독이 처음으로 만든 실사영화입니다. 그리고 한국 최초의 좀비 블록버스터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 간 국내에서 '좀비영화'는 대부분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주로 흥행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행'이 처음으로 한국형 좀비영화로 나왔을 때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습니다. '부산행'은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넘으며 크게 흥행했고,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글로벌 팬들에게도 호평받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 '부산행'이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에는 만국 공통의 공포 코드인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심오한 인간관계와 휴머니즘을 완벽하게 조합해 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체불명의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대한민국에서, 석우(공유 배우)는 아내와의 이혼 소송 중인 직장인으로 딸 수안이 부산에 있는 엄마를 보고 싶어 하자 같이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게 됩니다. 석우와 딸 수안이 탄 부산행 KTX기차 안에는 야구부 응원단장인 진희(안소희 배우)와 영국(최우식 배우)을 포함한 야구부원들도 함께 타고 있습니다. KTX 기차 안에서 석우는 직장 동료에게 안산에서 폭동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지만 무심히 넘깁니다. 열차가 출발 직전 역무원이 잠깐 한눈을 판 새에 한 소녀가 급하게 KTX 기차 안으로 뛰어들어갑니다. 알고 보니 그 소녀는 이미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 감염자였습니다. 좀비 바이러스에 의해 좀비로 변해버린 소녀는 역무원을 덮치지만, 아무도 그 상황을 몰랐기에 기차는 그대로 서울역을 떠나 부산으로 떠납니다. 이렇듯 영화 '부산행'은 영화 초반부터 빠른 전개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상황묘사로 영화를 전개합니다. 확실히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는 초반 10분 내에 관객을 사로잡는 전개와 연출이 꼭 필요한 듯합니다. 부산행에서도 초반 10분간 관객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면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탁월한 CG 효과
기차에 몰래 들어간 소녀 좀비에게 물린 승무원은 등에 좀비를 매단 상태로 승객들이 타 있는 칸으로 와 쓰러집니다. 그리고 기차 내에서 영문을 모르던 승객들은 우왕좌앙할 뿐입니다. 승객들이 좀비로 변하면서 서로를 사정없이 물어뜯으면서 점점 감염자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납니다. 이를 본 다른 칸 승객들은 모두 다른 열차칸으로 도망갑니다. 부산으로 여행을 가던 임산부 성경(정유미 배우)과 남편 상화(마동석 배우) 역시 다른 칸으로 도망가며 감염자들이 들어올 수 없게 열차 칸 문을 잠가버립니다. 열차 내의 1차 감염사태 후 기장은 부산으로 가는 중간 지점인 천안아산역을 무정차 통과한다는 안내방송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차 내 TV에서는 전국 단위의 과격 폭력 시위가 벌어지면서 국가 재난상황을 발령했다는 긴급기자회견을 방영합니다. 방송을 본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열차 밖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기 시작하고, 점점 불안에 떨게 됩니다. 부산행 열차의 기장은 대전에 군인들이 도착해 있고, 군인들이 열차의 소요사태를 진압할 예정이라고 방송합니다. 그러니 모든 승객은 대전역에 도착하면 하차해야 한다고 안내방송을 내보냅니다. 안내방송을 들은 승객들은 대전역에 도착하자 일단 열차에서 내려 군인들을 찾아 떠납니다. 그러나 이미 역 밖의 군인들도 모두 좀비로 변해버렸습니다. 군인들도 모두 좀비로 변한 것을 본 승객들은 겁에 질려 다시 기차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대전역에서 벌어지는 좀비들의 공격으로 인한 도망장면은 부산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 장면입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던 많은 승객들이 기차로 다시 돌아가지 못해 좀비들의 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주인공 일행도 그야말로 처절하게 대전역을 벗어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게 됩니다. 대전역에서의 대규모 좀비군단이 승객들에게 달려오고, 그들을 벗어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 하는 주인공 일행의 모습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정도입니다. 한편 대전역의 아포칼립스 상황을 본 기차는 다시 부산으로 떠나기 위해 기차의 속도를 높입니다. 대전역의 대규모 좀비사태 이후로 영화는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갑니다. 특히 질주하는 기차 안에서 좀비 아포칼립스의 대재앙이 펼쳐지면서 역동적인 카메라 작업과 특수분장으로 완벽하게 만들어낸 대규모 좀비의 향연은 마치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몰입도를 자아냅니다. 특히 좀비의 섬뜩하면서도 빠른 움직임부터 꽉 막힌 공간인 기차 안의 혼란스러운 풍경을 생생하게 구현한 실사와 CG의 조화는 더할 나위 없이 한국적인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 듯했습니다.
좀비세상에서의 휴머니즘
주인공 일행을 태운 부산행 기차는 목적지인 부산까지 달려가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열차는 기차 내의 좀비 사태로 인해 동대구역에서 어쩔 수 없이 멈춰버립니다. 기차의 기장은 지금 타고 있는 열차가 부산으로 갈 수 없음을 알리고, 동대구역에 정차해 있던 다른 열차를 몰고 좌측 끝 선로에 대기시키겠다고 합니다. 이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부산으로 가는 다른 기차를 타기 위해 선택을 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많은 좀비들이 있는 동대구역에서 좀비를 물리치고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죠. 그리고 이런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영화는 인간성과 휴머니즘에 대해 집중합니다. 좀비 사태가 점점 격렬해지면서 영화의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생존방식을 보여줍니다. 영화 속 빌런으로 나오는 용석(김의성 배우)은 자신이 살기 위해 주변인을 가차없이 감염자들에게 밀어버리면서 본인만을 생각하는 행동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이기적인 사람이라며 캐릭터를 욕하기도 했습니다. 분명 영화 속 '용석'의 행동은 너무나 이기적이지만, 사실 실제 저런 상황에서라면 누구나 같은 행동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반해 석우와 수안, 성경과 상화는 좀비들에게 위협당하는 상황에서도 남을 배려하며 함께 생존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편 상화는 자신의 아내이자 임산부인 성경을 지키기 위해, 석우는 자신의 딸인 수안을 지키기 위해 좀비와 끊임없이 사투합니다. 하지만 결국 둘 다 좀비에게 물려버리고 맙니다. 결국 성경과 수안만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나아갑니다. 부산행은 단순히 좀비와의 사투뿐만 아니라 재난상황을 겪는 각 캐릭터들의 절박함과 인간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투쟁과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희생 등 다양한 연출과 긴박한 전개는 관객들이 더욱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좀비사태의 공포스러운 CG효과에 대비되는 인간성을 강조하는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행'을 단순한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가 아닌 휴머니즘을 강조한 영화로 만들어 주는 듯합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공포와 좀비의 사실적 묘사부터 휴머니즘 가득한 스토리까지 잘 결합시킨 영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역동적인 카메라 무빙과 실감 나는 CG 효과 덕분에 '부산행'은 제가 최고로 좋아하는 한국형 좀비영화이기도 합니다. 웰메이드 한국형 좀비영화를 즐기고 싶은 분이라면 영화 '부산행'을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