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인 두려움의 영리한 활용
저는 개인적으로 공포영화 마니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공포영화를 봐서 그런지 이제 웬만하면 무서운 영화를 보고 무섭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입니다. 예전 컨저링 1편은 굉장히 무섭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수많은 호러 영화가 나타나면서 비슷비슷한 시나리오와 연출로 무감각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6년 한국에 개봉한 '라이트아웃'은 '불이 꺼지면 보이고 불이 켜지면 보이지 않는 귀신'이라는 단순한 콘셉트이지만 오히려 원초적인 두려움을 잘 활용한 듯 해 바로 시청했었습니다. 이 영화는 불이 꺼지면 나타나는 어떤 존재에 대한 단순한 주제로 진정한 공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라이트아웃'은 영화 초반부터 불을 끄면 보이는 어떤 유령의 존재를 보여주며 빠른 속도로 영화를 전개해 나갑니다. 영화 '라이트 아웃(Lights Out)'을 차별화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단순한 공포라는 점입니다. '어둠'에 대한 공포심과 어둠 속에 존재하는 어떤 무엇인가에 대한 두려움은 전 세계 만국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두려움입니다. 영화 '라이트아웃'은 바로 이러한 만국공통의 공포심이라는 단순한 콘셉트를 아주 잘 살렸습니다. 어둠 속에서만 나타났다가 불이 켜질 때마다 사라지는 존재에 대한 무서움을 바탕으로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지루하지 않게 잘 살리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의 공포영화의 복잡하고 어두운 세계관과 달리 어둠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을 단순하게 잘 활용한 이 영화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듯합니다. 오히려 '어둠에 대한 공포'라는 아이디어의 단순함이 영화의 극적인 효과를 더해 주었고, 종종 진부한 표현이 난무하는 호러장르에서 돋보이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특히 호러거장 제임스 완(James Wan)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완성도를 더 높인 듯합니다. 호러 거장이라 불리는 제임스 완과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의 협력은 빠른 전개와 긴장감을 조성하는 연출로 단순한 줄거리에 비해 몰입감 넘치는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라이트아웃 줄거리
영화 '라이트아웃'은 초반부터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섬유공장에서 일어난 해프닝을 보여주며 시작되는데,섬유공장에 나타난 어둠 속 존재를 알리며 영화는 빠르게 전개됩니다. 섬유공장의 직원인 폴이 결국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사무실의 불이 모두 꺼진 뒤 문을 열고 들어온 검은 형체에게 공격당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이후 영화는 레베카(테레사 팔머) 가족의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딸인 레베카(테레사 팔머)는 어머니 소피(마리아 벨로)와 이복동생인 마틴(가브리엘 베이트먼)과 따로 살며 지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레베카는 어머니의 정신병적인 행동과 불면증으로 인해 마틴이 괴로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소피의 정신병적인 행동이란 '공상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게다가 마틴은 엄마가 한밤중에 어두운 곳을 향해 말하는 이상한 행동을 봤을 뿐 아니라 엄마의 방 안에서 어떤 형상의 손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마틴이 불면증을 앓는 이유였습니다.
레베카는 이러한 상황을 알고 동생 마틴을 아파트로 데리고 옵니다. 하지만 그날 밤, 레베카는 마틴이 봤다던 검은 형상의 여자가 자신의 방에 들어온 것을 목격합니다. 그 형체가 자신을 공격하기 전에 곧바로 불을 켰더니 존재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검은 형체가 있던 곳에 '다이애나'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 검은 형체의 정체는 바로 어머니 소피의 어릴 적 친구였던 다이애나입니다. 다이애나는 빛을 싫어하며 어떠한 사고로 인하여 죽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 소피는 다이애나를 계속 친구로 생각하며 집착하고 있습니다. 친구였던 다이애나가 빛을 싫어하는 줄 알고 집 안에 모든 불을 꺼놓으며, 모든 전구를 모두 빼놓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레베카는 남자친구 브렛과 함께 어머니 소피 집으로 가서 다이애나에 대한 단서를 찾아냅니다.
레베카는 다이애나가 빛을 쬐면 피부가 손상되는 병이 있던 사람으로, 어머니 소피가 과거 정신병동에 입원했을 때 함께 입원했었던 환자라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레베카는 다이애나가 소피에게 병적으로 집착하여 다른 환자들에게 해를 가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레베카의 친아버지가 다이애나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은 물론 그 이후 다이애나가 정신병원 치료 중 빛을 대량으로 쬐게 되면서 재가 되어 사망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마틴이 어머니 소피를 집에 혼자 둘 수 없다고 우긴 까닭에 레베카와 마틴, 브렛은 소피의 집으로 와서 함께 잠을 자기로 합니다. 하지만 다이애나의 공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결말과 관람 후기
소피의 집에 오게 된 세 사람은 잠에 들기 전에 안전장치로 집 안의 모든 불을 켜고 양초도 몇 개 준비합니다. 그 후 마틴과 레베카는 마틴의 방, 브렛은 거실에서 잠을 잡니다. 레베카는 자기 전에 소피와 화해를 시도하면서 화목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자 다이애나가 나타나 소피를 방으로 끌고 가버립니다. 어머니 소피는 끌려가기 전에 레베카에게 도와달라는 쪽지를 건네줍니다. 레베카는 소피의 쪽지를 확인하고, 소피 역시 사실 다이애나에게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집 안의 모든 전기가 차단됩니다. 레베카가 지하실에서 전기 차단기를 손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소피는 자신의 아이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다이애나에게 화를 내지만, 소피에게 집착하는 다이애나는 소피를 집어던져 기절시킵니다. 레베카는 소피의 방으로 갔지만 곧 다이애나에게 습격받아 2층에서 1층으로 떨어집니다. 그 순간 소피는 자식들에게 자꾸 해를 가하는 다이애나를 두고 볼 수 없어서 다이애나를 향해 총을 쏴버립니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멀쩡합니다. 다이애나가 총으로는 자신을 죽일 수 없다고 말하자, 소피는 결국 총을 자신에게 겨눕니다. 본디 다이애나는 소피와 함께 있고 싶다는 다이애나의 바람으로 생겨난 혼령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피가 없으면 다이애나 역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소피는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권총을 자신의 머리에 쏘아 죽음을 맞이합니다. 소피가 죽자 다이애나의 영혼 역시 바로 소멸되고, 레베카와 마틴 남매와 브렛은 구출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소피의 집에서 다이애나가 직접 나타나면서부터 영화는 급속도로 빠른 전개와 더불어 엄청난 공포감을 줍니다.
단순한 콘셉트를 전제로 러닝타임 내내 빠른 속도의 전개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입니다. 다이애나의 존재를 회상하는 과거신부터 결말까지 검은 형체로 집안 곳곳에서 발견되는 형체가 주는 공포감으로 인해 저 역시 손에 땀을 쥐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순한 스토리와 콘셉트를 연출만으로 이렇게 큰 공포감을 줄 수 있는지 새삼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그 결과 블록버스터 시리즈물과 엄청난 제작비의 영화들이 흥행하고 있는 와중에 '라이트아웃'은 저예산 공포영화임에도 순제작비의 20배 이상의 수익을 거둘 정도로 흥행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북미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수익을 기록한 나라이기도합니다. 국내 관객들은 엄청난 예산이 없어도 독특한 콘셉트와 빠른 전개로 진정한 공포를 선사했던 라이트아웃에 열광했습니다. 저 역시 오랜만에 짜릿한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원초적인 '어둠'에 대한 두려움과 콘셉트를 뛰어난 연출로 공포감을 주는 공포영화를 보고 싶다면 영화 '라이트 아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