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여정의 줄거리
영화 '업'은 2009년 개봉한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로 사람이 주인공인 픽사의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합니다. 개봉한 지 한참이 지난 영화인데, 저는 얼마 전에서야 OTT로 시청을 하게 됐습니다. 포스터만 봤을 때는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겠고, 재미있을지 의구심이 들어서 여태껏 보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제 친구가 '업'이야말로 감동 가득한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추천을 해서 최근에 보게 됐습니다.
영화 '업'의 줄거리는 꽤나 기발한 편입니다. 주인공인 '칼 프레드릭슨'의 어린 시절 꿈은 파라다이스 폭포를 횡단한 찰스 먼츠처럼 모험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칼은 그와 같은 꿈을 가진 '엘리'를 만나 결혼하게 됩니다. 칼과 엘리가 처음 만나던 날, 두 사람은 파라다이스 폭포에 가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나이를 먹어도 두 사람의 소망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칼과 엘리는 노년이 되어서야 파라다이스 표를 끊어서 갈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러나 엘리가 세상을 떠나면서 칼은 혼자가 됩니다. 엘리를 잃은 후 홀로 노년을 보내던 칼은 드디어 아내와의 추억을 안고 마침내 파라다이스 폭포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칼의 여정 중 시끄러운 꼬마 '러셀', 형형색색의 괴상한 새 한 마리와 말하는 개까지 합류하게 됩니다. 칼은 이 요란스럽기만 한 두 동물들을 귀찮아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위기에 처하자, 칼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을 전부 버려두고,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파라다이스 폭포로 향합니다. 칼은 결국 평생의 소망을 이루지만 무언가 가장 중요한 것을 놓고 온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기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듯 영화 '업'은 칼의 여행을 따르는 독특한 스토리텔링에 맞춰 풍부한 애니메이션 효과로 모험을 함께 떠나는 느낌을 줍니다. 헬륨 풍선을 장착한 칼이 자신의 집을 남미행 항공선으로 바꾸는 과정은 누구나 어린 시절 꿈꿔왔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풍선을 잔뜩 몸에 달아서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은 누구나 한번쯤은 가졌던 소망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은 할아버지 칼과 함께 매혹적인 모험을 떠나는 기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발한 스토리는 상상력을 촉발할 뿐만 아니라 꿈을 좇는 인간의 아름다움과 나이와 상관없는 도전에 대해 느끼게끔 해줍니다.
사랑과 모험
'업'이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영화로 지속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모든 연령과 배경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보편적인 주제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칼의 여정과 꼬마 러셀과의 만남과 관계를 통해 사랑, 상실, 우정, 모험 추구라는 주제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칼의 여행은 단순히 파라다이스 폭포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그간 잊고 살았던 자기자신과 칼이 잊고 있던 기쁨을 재발견하는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홀로 빈 집에서 엘리의 모험 일지를 보던 칼은 한 가지를 깨닫게 됩니다. 비행선을 타고 전 세계를 누리는 것만이 모험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칼은 마침내 아내와 함께 했던 삶이 전부 모험이었음을 깨닫는다. 칼이 눈물지으며 엘리와 찍은 사진들을 넘겨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엘리가 '모험을 하게 해 줘서 고마워. 그럼 이제 새로운 모험을 즐겨봐!'라고 남겨둔 글을 발견합니다. 엘리의 글을 보고 무엇인가를 깨달은 칼은, 집을 띄워 다시 날아가 러셀과 케빈을 구하기 위해 집 안의 짐을 모두 밖에 던져버립니다. 이후 러셀과 케빈을 위기에서 구해낸 후,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가 양로원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칼은 이전과 달리 스스로 진취적인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리고 구름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집이, 칼과 엘이 꿈꾸던 모습 그대로 파라다이스 폭포 위에 올려져 있는 모습이 보이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칼이 느낀 것과 같이 저 역시 진정한 모험은 결과가 아니라 누군와 함께 하는지, 누구와 무엇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느끼게 됐습니다. 저도 가끔 결과만이 중요하다는 듯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가면서 과정은 중요치 않게 여기는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업'을 보고 난 뒤 제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모든 과정이 제 인생에서 이뤄지는 모든 모험의 한 순간이라고 생각됐습니다. 이렇듯 '업'은 시대를 초월해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유머와 따뜻한 정서적 울림을 전해줍니다. 할아버지 칼과 러셀 듀오의 모험과 추억에 대한 향수 등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과 모험 이야기는 영화를 볼 때마다 따뜻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사랑스러운 듀오
또한 영화 '업'은 단순한 애니메이션 모험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의 중심은 심술궂은 할아버지 '칼'과 활기넘치는 귀여운 꼬마 '스카우트 러셀'사이의 놀라운 케미스트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한 칼 할아버지와 러셀의 성격은 갈등을 자아내면서도 유머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내성적인 성격과 엄격한 칼은 초반에는 꼬마 러셀의 무한한 에너지와 수다에 지친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둘의 모험이 계속될수록 둘은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스러운 케미스트리를 보여줍니다. 러셀의 순수함과 열정은 오랫동안 마음속 안에서 잠자고 있던 칼 내면의 아이 같은 모습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칼의 삶의 경험에서 쌓은 지혜는 러셀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줍니다. 어린 꼬마가 앞으로의 삶에 대해 잘 대처하고 복잡한 환경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른이 필요한 것처럼 말입니다. 모험이 계속될수록 두 사람의 개성이 서로 잘 어우러지는 과정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유쾌해질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를 구별하지 않고 모두가 뭉클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진정한 친구는 나이와 배경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이 영화를 보면서 저 역시 우정과 진정한 인간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이렇듯 영화 '업'은 잊을 수 없는 캐릭터와 그들의 깊이 있는 감정 덕분에 전 세계 관객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영화로 각인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영화 '업'을 시청한 초반에만 해도 할아버지와 꼬마가 나온다는 선입견 때문에 그저 단순하고 자칫 따분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영화를 보면서 두 사람의 사랑스러운 케미스트리는 물론 두 사람이 함께 떠나는 여정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더군다나 초반 칼과 엘리의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쭉 보여주는 장면은 제가 최고로 감동받은 장면이기도 합니다. 엘리가 보여주는 진정한 모험이라는 의미와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굉장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영화 '업'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꿈에 대한 도전과 아름다웠던 시절의 기억에 매몰되어 미래를 놓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칼과 러셀 듀오의 만남과 모험을 보면서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현재의 생활에 대해 생각이 많은 어른들이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스러운 듀오의 모험을 함께 떠나고싶은 분들에게 영화 '업'을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