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자
영화 '어바웃타임'은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로맨스 영화로 2013년 개봉했습니다. 한국에서는 2023년에 10주년을 맞아 재개봉하기도 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추천영화로 떠있길래 한번 살펴봤는데, 왜 개봉 당시 한국에서 흥행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시간 여행자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레이철 맥아담스의 사랑스러움이 돋보여서 더 재밌게 봤던 영화화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로맨틱 영화와 달리 '어바웃 타임'의 로맨틱한 매력이 배가되는 이유에는 바로 시간여행이라는 독특한 콘셉트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맨스 장르에 시간을 여행하는 능력이라는 판타지 요소를 결합하면서 독특한 콘셉트를 더한 것이 특징입니다. 주인공 팀 레이크(도널 글리슨)는 21살 생일에 아버지로부터 가족 중 남자들에게는 시간 여행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다만 자신이 기억하는 시절의 그 상황으로만 이동 가능하며, 미래로 갈 수는 없습니다. 이렇듯 주인공이 시간여행자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알게 되면서 영화는 시간 여행의 복잡함과 혼돈을 능숙하게 다루면서도 주인공이 꿈꾸는 서툴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을 잘 보여줍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주인공 '팀'의 관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스토리 상 그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팀이 느끼는 고민과 걱정 등을 관객들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듯합니다. 그렇다고 그가 시간여행능력을 통해 거창한 계획이나 이기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초반 연애 한번 못해본 듯한 어리바리한 모습에서 벗어나 메리를 만나는 순수한 과정이 시간여행이라는 콘셉트와 만나 더욱 순수한 모습이 강조되는 정도입니다. 특히 팀은 메리와 만나고 결혼까지 하면서 내적으로 성장하면서, 사랑과 행복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순수하게 잘 보여줍니다. 이렇듯 '시간 여행'이라는 콘셉트는 단순한 로맨스 스토리에 예측 불가능성을 추가하여 팀(도널 글리슨)과 메리(레이철 맥아담스) 사이의 러브 스토리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스크린 밖의 저 역시 팀의 시점에서 같이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끼며 팀과 메리의 현재 시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간대에 걸친 관계의 진화를 살펴보면서 점점 감정적으로 동화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진정한 사랑은 시간을 초월하며, 아무리 평범한 순간이라도 모든 순간이 평생의 로맨스이자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의미를 알려줍니다.
보통의 캐릭터
영화 '어바웃 타임'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바로 주인공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캐릭터라는 점입니다. 팀과 메리는 보통의 로맨스 영화에서 설정하는 완벽하고 멋진 모습에 인성까지 완벽한 주인공들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더욱 내 자신 혹은 내 주변인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팀은 영화 초반에 21살까지 여자 한번 만나본 적 없는 소심한 남자로 나오며, 메리 역시 살짝 자신감이 부족해서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렇듯 내 주변에서 볼 수 있을법한 평범한 모습을 통해 저는 오히려 더욱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진정성 있는 모습과 결핍을 인정하고 노력하는 모습 등이 현실세계에서의 우리 모습을 투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팀의 시간 여행능력은 단순히 누군가를 속이거나, 엄청난 부를 추구하는 것보다는 자기 발견과 개인적 성장을 위해 사용됩니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팀과 동생 킷캣의 이야기입니다. 팀이 동생인 킷캣을 구하기 위해 그녀 인생의 불행의 시작인 지미를 만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시간을 수정하자, 현실세계에서의 자녀가 바뀌어버린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자녀가 아닌 다른 자녀를 보고 고민하던 팀은 시간을 수정하는 것을 포기하고 킷캣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 싱글들은 그래도 동생을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 역시 동생이 뻔히 불행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알면서 시간을 돌리지 않는 선택을 한다는 것에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주변의 이미 결혼한 친구들은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자신의 자녀가 다른 자녀로 바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팀의 선택을 이해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아리송한 느낌을 받았지만 또 달리 생각해 보면 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이렇듯 영화 '어바웃 타임'은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캐릭터와 선택의 순간 등을 생각해 보게 만들면서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의 소중함
한편 행복한 나날을 살아가던 와중, 팀은 아버지가 폐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젊은 시절부터 피워온 담배가 원인이었지만, 아버지는 팀과 킷캣의 존재를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담배를 피운 과거를 바꾸는 것을 포기합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팀에게 자신이 매일 하루를 두 번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항상 그 전날 느낀 것을 새롭게 느끼며 행복을 영위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팀 역시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과거로 이동해 미래가 변하지 않는 한정된 시간대에서 아버지를 찾아가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 하지만 팀은 메리와 셋째 아이를 갖게 되면서 결국 아버지를 보내주기로 마음 먹고, 셋째 아이의 출산 직전,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돌아가 이별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린 시절 놀던 해변으로 잠시 돌아가 작별의 시간을 가진 뒤 그렇게 아버지를 떠나보냅니다. 그 이후 시간은 계속 흘러갔지만, 팀은 더 이상 시간 여행자로서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아버지가 추천해 준 행복의 비결인 같은 날을 두 번씩 사는 것 역시 포기합니다. 대신 그가 마주한 하루하루를 정말 값지게 살며, 항상 최선을 다해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스스로 그의 아버지가 알려준 행복의 비법 이상의 행복을 만들어내며 즐겁게 살아가는 팀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꽤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흔히들 시간은 무한한 것으로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내일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을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어떤 순간을 후회한다면,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회귀라도 할 수 있다면 다시 제대로 해낼 것이라 다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순간이야말로, 미래의 내가 과거로 다시 돌아온 순간이라고 생각해 보다면 어떨지 생각해 봤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내게 준 두 번째 기회라면 어떨지 말입니다. 늘 후회하는 순간이 들 때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현실이야말로 미래의 내가 건네준 두 번째 기회라고 생각해 보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간을, 현재를 정말 충실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렇듯 영화 '어바웃 타임'은 현재의 소중함을 늘 간직하고, 한순간 한순간을 소중하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시간의 소중함과 로맨스적 요소를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