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온 청춘
저는 요즘 재밌게 본 영화를 다시 한번 보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 영화 '수상한 그녀(영문 타이틀: Miss Granny)'가 있어서 최근에 다시 봤습니다. 영화 '수상한 그녀'는 황동혁 감독의 판타지 코미디 한국 영화로 2014년 개봉했습니다. 개봉 후 평점 9.09의 호평을 받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특히 젊은 배우부터 중년의 배우들까지 모두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토리 또한 감동적이면서도 유쾌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족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게끔 만드는 유쾌한 가족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 '수상한 그녀'의 스토리 중심에는 칠순의 할머니 '오말순'이 있습니다. 국립대 교수인 외아들 반현철(성동일 배우) 자랑이 유일한 낙인 70대 할머니 오말순(나문희 배우)은 어느 날,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독립시키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에 착잡한 마음을 안고 밤길을 방황하던 할머니 말순은 오묘한 불빛에 이끌려 청춘 사진관으로 들어갑니다. 죽기 전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서입니다. 난생처음 곱게 꽃단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고 나오는 길, 할머니는 버스 차창 밖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마치 오드리 헵번처럼 뽀얀 피부, 날렵한 몸매를 지닌 스무 살 아가씨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70대 할머니에서 꽃 같은 스무 살 처녀시절 때의 몸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아무도 자신이 70대 할머니 오말순임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 말순 할머니는 스무 살 '오두리(심은경 배우)'가 되어 빛나는 전성기를 다시 한번 즐겨 보기로 결심합니다. 할머니에서 스무 살 처녀로 돌아간 오말순은 이 모습으로는 원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느낍니다. 오두리로 다시 인생을 즐기기로 한 말순 할머니는 과거 자신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고 지냈던 친구 박 씨 할아버지(박인환 배우)의 집에서 하숙을 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박 씨의 딸이 자신의 이름을 묻자 '오두리(심은경 배우)'라고 이야기합니다. 이후 박 씨를 따라 노인 카페에 가게 된 오두리는 우연한 기회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사실 오말순 할머니는 젊었을 때부터 노래를 잘했습니다. 스무 살 아가씨로 변한 오두리의 노래를 듣고 할머니를 찾으러 온 손자 반지하, 신인 가수를 찾던 PD 한승우(이진욱 배우)는 뛰어난 노래솜씨에 감탄합니다. 이에 반지하는 자신이 하는 밴드에서 보컬을 해보자며 오두리를 영입하고, 오두리는 손자의 밴드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리고 비주류 락만 부르던 반지하 밴드는 오두리의 제안으로 길거리에서 옛날 노래로 공연을 하며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PD 한승우는 반대를 무릅쓰고 반지하 밴드를 음악방송에서 신인을 소개하는 코너에 소개하기로 합니다.
가족의 사랑
한편 박 씨는 젊은 시절 오말순의 모습을 떠올리며, 오두리가 젊어진 오말순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간의 사정을 듣게 됩니다. 한편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반지하 밴드 멤버들과 수영장에 놀러 간 오두리는 발에 상처가 나고, 피가 난 곳의 주변이 노화되는 것을 발견합니다. 몸에 상처가 나서 피가 나면, 피가 빠져나간 만큼 원래의 늙은 할머니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할머니 오말순은 스무 살 아가씨인 오두리의 모습으로 다시 한번 꽃다운 인생을 즐기는 시간을 보냅니다. 그 과정에서 음악방송 PD인 한승우에게 호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마침내 음악방송 신인 코너에 '반지하 밴드'가 소개되는 당일, 반지하는 수리를 맡긴 기타를 찾아 공연장에 오다가 교통체증이 심하자 자전거를 빌려 공연장으로 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와중 달려오던 트럭에 치이는 교통사고가 나버리게 됩니다. 오두리는 반지하가 작곡한 노래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공연을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자마자 반지하를 보러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교통사고 수술을 위해 반지하는 수혈이 필요합니다. 하필 반지하의 피는 희귀 혈액형이라 당장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죠. 가족들은 할머니가 반지하와 같은 혈액형이란 것을 생각하지만, 할머니는 이미 가출한 상태로 알고 있어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두리는 자신이 반지하와 같은 혈액형이니 수혈을 해주겠다고 합니다. 사실 반지하의 할머니인 오두리는 자신의 손자를 살리기 위해 젊어진 인생을 포기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오두리가 수혈을 하게 될 경우 다시 노인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아는 박 씨는 오두리를 따로 불러냅니다. 그리고 왜 다시 노인 오말순으로 돌아가려 하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오두리는 해야 할 일을 하는 거라며, 내 손자는 내 피로 살리고 싶다며 반지하에게 수혈을 해주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된 아들 반현철은 어머니가 힘들게 살아온 과거를 회상합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어머니의 인생을 살라며 수혈을 말립니다. 하지만 오두리는 다시 태어나도 너희들의 엄마로 태어나겠다며 결국 수술실로 들어갑니다. 다시 한번 스무 살 꽃다운 청춘의 삶을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두리는 손자를 살리고 노인의 삶으로 돌아가려는 것입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물론 많은 관객들은 엄마의 사랑과 가족애에 대해 생각하며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만약 오두리였다면, 젊은 모습으로 새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쉽게 놓치고 싶지 않았을 듯합니다. 제가 아직 미혼이라 그런지 두 번째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할 만큼, 엄마, 할머니로서의 삶 또한 소중한 것인지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같이 보던 저희 엄마는 당연히 오두리처럼 손자를 위해 수혈을 해줄 것이라고 말하셨습니다. 아가씨로 다시 한번 인생을 사는 것보다도, 자식과 손자를 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이죠. 비록 자신이 노인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고 해도 말입니다.
감동적인 엔딩
반지하의 교통사고 1년 후, 말순의 수혈로 건강을 회복한 손자 반지하는 다시 밴드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손자 반지하의 공연날, 말순 할머니는 아들, 며느리와 같이 공연을 보러 오며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편 말순 할머니의 친구인 박 씨할아버지도 우연히 청춘 사진관을 발견하고 들어가 사진을 찍게 됩니다. 오말순이 사진을 찍은 날에는 창문에 오드리 헵번의 사진이 있었는데, 이 날은 창문에 제임스 딘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이후 버스 정류장에 있는 오말순 앞에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를 탑승한 남자가 다가옵니다. 그리고 헬멧을 벗자 왠 잘생긴 남자가 등장하죠. 오말순 할머니는 처음 보는 젊은 남자를 보고 어리둥절해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말을 거는 남자의 말을 듣고는 박 씨 역시 자신처럼 젊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젊은 남자가 오말순 할머니에게 말을 거네는 대사는 전에 오말순이 젊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박 씨가 오두리(젊은 오말순)를 오토바이로 태우러 왔을 때 똑같이 말한 대사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젊어진 박 씨 역할로 김수현 배우가 카메오로 출연했습니다. 김수현 배우가 헬멧을 벗는 장면이 영화의 백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김수현 배우가 헬멧을 벗는 장면에서 영화관의 모든 여자 관객들이 탄성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김수현 배우의 등장씬이 영화 '수상한 그녀'의 반전 아닌 반전이라고 평가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 '수상한 그녀'를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중년의 배우들이 주인공인 따뜻한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수상한 그녀'는 사랑, 가족, 꿈에 대한 열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유머스러우면서도 감동적으로 잘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오말순 할머니 역할을 맡은 나문희 배우와 그녀의 젊어진 시절 오두리를 연기하는 심은경 배우의 연기가 아주 훌륭합니다. 두 배우가 노년과 청년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며 캐릭터를 더욱 실감 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수상한 그녀'는 청춘과 가족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게끔 만드는 영화입니다. 단순히 젊은 시절로 돌아간 할머니의 유쾌한 청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린 시절 꿈에 대한 추구와 그보다 더 소중한 가족에 대한 사랑, 엄마의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많은 생각을 해보게끔 만듭니다. 유쾌하면서도 감동 깊은 영화를 보고 싶다면 영화 '수상한 그녀'를 추천합니다. 영화 '수상한 그녀'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